"자폐아, 목소리에 담긴 감정 몰라"

김종범 기자 승인 2023.01.11 14:37 | 최종 수정 2023.01.11 14:39 의견 0

사람은 자기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않고 음성의 톤(tone of voice)으로 대신 할 때가 있다. 그것이 실제 말보다 감정을 더 잘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utism spectrum disdorder) 아이들은 음성 속에 담긴 감정을 읽지 못한다.

ASD 아이들은 감각 정보를 잘 처리하지 못한다. 그래서 밝은 형광 불빛, 특정 직물의 감촉 또는 시끄러운 소리를 참지 못한다. 방 안에 가득한 아이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것도 그들에겐 부담일 수 있다.

ASD 아이들이 음성에 담겨있는 감정에 반응하지 않는 이유가 밝혀졌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의대 정신의학과 전문의 대니얼 에이브럼스 교수 연구팀은 ASD 아이들이 음성에 담긴 감정을 읽지 못하는 것은 청각의 문제가 아니라 청각 정보가 사회적 소통에 관여하는 뇌 부위에 전달되는 방식이 보통 아이들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10일 보도했다.

ASD 아이들 22명(7~12세)과 같은 연령대의 정상 아이들 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 두 그룹의 아이들에게 연구팀은 "가방이 하나 방에 있다"와 "내 숟가락이 식탁 위에 놓여 있다"는 두 가지 간단한 말을 녹음해서 여러 차례 들려주었다.

다만 이 말을 ▲평범한 어조 ▲즐거운 어조 ▲슬픈 어조 등 3가지 음성으로 녹음해 들려주면서 아이들에게 이 3가지 음성에 담긴 감정을 느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정상 아이들은 3가지 음성에 담긴 감정을 잘 구분했으나 ASD 아이들은 어려워했다.

연구팀은 이어서 이 3가지 녹음 음성을 들려주면서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functional MRI)으로 이 아이들의 뇌 활동을 실시간 관찰했다.

그 결과 ASD 아이들이나 정상 아이들이나 청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는 음성에 같은 반응을 보였으나 ASD 아이들은 청각 정보가 사회적 소통을 담당하는 부위인 측두-두정엽 접합부(TPJ: temporoparietal junction)에 전달되는 방식이 정상 아이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ASD 아이들은 뇌의 청각 중추와 TPJ 사이가 '과연결'(over-connection) 상태가 돼 음성 속에 담긴 감정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자폐증 과학 재단(Autism Science Foundation) 연구실장 알리시아 핼러데이 박사는 ASD 아이들이 음성에 담긴 '감정의 꼬리표'를 해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밝혀진 것은 매우 소중한 발견이라고 논평했다.

따라서 ASD 환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신의 억양이 너무 밋밋하다고 느껴질 때는 상대방이 더 잘 알아듣도록 음성을 높이거나 음성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애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ASD 환자가 음성에 담긴 신호에 반응하지 않는 것은 "말을 귀담아듣지 않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이 새로운 발견은 언젠가는 ASD 환자가 음성에 담긴 신호를 잘 해석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생물정신의학 학회(Society for Biological Psychiatry) 학술지 '생물정신의학: 인지 신경과학·신경영상(Biological Psychiatry: Cognitive Neuroscience and Neuroimaging)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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