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다섯 명이나 모이면 반드시 한명은 쓰레기가 있다

이현수 승인 2021.09.09 11:14 | 최종 수정 2021.09.09 11:19 의견 0

자, 아무거나 영화나 그런 얘기, 지난주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네? 지난주라니 무슨 말이냐고요? 허허 지난주도 그 ... 그 주제로 재미있게 읽어놓으시고 무슨 소리이신지.

‘키드갱’ (신영우, 1996 ~ 2014) 90년대 후반을 배경을 진행하다 장기 연재 중단된 후 2012년 재연재가 시작되자 생긴 그동안의 공백으로 인한 문제점.

그리고 그 해결책.

자 어째든 오늘 제목은 ‘인간이 다섯 명이나 모이면 반드시 한명은 쓰레기가 있다.’입니다. ‘나루토’ (키시모토 마사시岸本 斉史, 1999 ~ 2014)의 등장인물 지로보가 남긴 명언이죠. 오늘 이야기는 왜 영화판과 게임판에는 인간쓰레기들이 많은가,입니다.

요즘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 사태이다. 2021년 7월 22일.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고소했다. 혐의는 성차별, 직원들에 대한 보복 및 괴롭힘, 차별과 폭행, 성범죄에 대한 방조, 임금차별 등이다. 그리고 드러난 진실은 상상 이상으로 추악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그리고 게임 업계 전반에 걸쳐 이러한 추악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어떤 추악한 일들이 있었는지 이 곳에서 밝히지는 않겠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이 어느 업종, 어느 조직에 속하신지 모르겠으나, 독자분이 일하시는 세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저 회사에서는 매일 일어나고 있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블리자드는 원래 골수팬들을 거느리기로 유명한 친 게이머 회사이다. 완벽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절대 타협하지 않고 몇 번이고 게임을 갈아엎으며 그렇게 나온 결과물들이 바로 ‘워크래트프2 WarcraftII’ (1993), ‘스타크래프트Starcraft’ (1998), ‘디아블로2 Diablo II’ (2000),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World of Warcraft’ (2004 ~ ) 등등 게임사와 그 시절을 살아온 개인의 인생에 굵직굵직한 흔적을 남긴 작품들이다. 그 후 몇 번의 인수합병을 거쳐 게임계의 가장 큰 손인 액티비전과 합병한 뒤부터 갈지자 행보를 걷고 있는데, 블리자드의 골수팬들은 사건이 터지자 다음과 같이 외쳐대고는 했다. “아니다! 블리자드의 순수한 겜덕 개발자들이 액티비전 대기업의 마수에 휘말려 그런 일을 벌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조사 결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순진한 겜덕 너드들이 창립했던 그 순간부터 사내 성희롱과 직장 괴롭힘이 적정 수준을 넘어선 상태였고, 이는 일반 사회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의 막장이었다고. 그러니까 우리가 그동안 알았던 돈, 비즈니스, 여자, 권력 이런 거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게임이 좋아서 게이머의 입장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려하던 그 블리자드 개발팀이 보통의 사회인들 상식으로는 이해 안 되는 막장 짓을 그것도 회사 내에서 하고 다녔고, 회사는 그것을 통제하거나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게임판 각 회사에서는 너도 나도 내가 어떻게 당했는지 폭로가 쏟아지고 있다. 마치 몇 년전 영화판을 휩쓸었던 미투 열풍과 비슷하다. 당시 영화판은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 등의 거물들이 영화판에서 퇴출당했고 매우 강도 높은 자정 운동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으며 역시 꽤 큰 자정 활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미투 이전에 임금 문제, 근로 환경 문제, 촬영장에서의 인권 유린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있었고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하나씩 해결지으며 한국 영화판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던 중이었다. 요즘 인터넷에 보면 ‘한국 영화판은 개판이었는데 봉준호님이랑 넷플릭스님이 뜨거운 맛 보여주시고 나이진 거에요.’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던데, 제발 입 닥쳐주세요. 수많은 영화판 종사자들과 그들의 대표가 자본을 가진 회사와 싸우고 협의하고 오랜 아픔을 겪으면 표준계약서 및 근로환경 개선을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이루어냈다. 산업 환경의 근로 여건 개선이라는 것은 누가 한 방에 해결해줄 만큼 만만하거나 쉬운 문제가 절대 아니다. 조직의 문제를 위에서 돈과 권력을 가진 누군가 나타나 한 방에 해결해주는 건 인터넷 주작 사이다썰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돈과 권력을 가진 누군가는 노동자들 편이 아니라고.

왜 영화판과 게임판은 이런 부조리가 유독 심한 것일까? 굉장히 복잡하고 다각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래도 억지로 단순하게 결론 내리자면 둘 다 사람을 갈아 넣으면서 돌아가는 판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 산업 모두 고도의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다. 투자 효율성을 위해 제한된 인원을 고용하여 그 인원을 최대한 갈아 넣으면서 결과물을 내야하는 산업이다. 그것도 단기간에. 게임판의 악명 높은 크런치나 영화판의 (이제는 사라진) 데이-나이트-데이 촬영은 단기간에 아웃풋을 내기 위해 사람을 갈아넣으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그리고 양쪽 모두 못견뎌서 떨어져나가면 그 사람을 대체할 인력은 남아돌 정도로 풍부하다. 못 견디겠으면 나가,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으니까. 그리고 둘째, 무능력한 최종 결정권자가 수백명을 괴롭게 한다. 게임이던 영화던 결국 최종 결정권자가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 게임 디렉터, 영화 감독. 그런데 문제는 이 최종 결정권자들이 최종결정을 내리고 프로젝트를 돌릴 만한 능력이 없는 인간들이 많다는 거다. 수백명을 크런치로 짜내서 자기의 같잖은 예술을 하려는 게임 디렉터, 자기가 뭘 찍는지도 몰라서 360도 촬영을 하고 현장 편집 없이는 한 컷도 찍지 못하는 영화감독. 이런 사람들이 최종 결정권자로 있으니 당연히 밑의 수백 스탭들은 불필요한 노동을 하느라 몸이 부서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최근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보이는 행보 때문이다. 그들은 이건 좀 아니다 싶을 정도로 자사의 게임에 정치적 올바름은 강요하고 멀쩡한 캐릭터를 갑자기 성소수자로 만들고 게임과 아무 상관없는 정치적 발언들을 내뱉고 다니면서 팬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정작 회사 내에서는 엄청난 인권 유린을 벌여대고 있는 와중에. 한국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옛날 한국 영화는 사회에 대해 쓴소리를 내고 시대의 등불이라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가혹한 노동 착취, 인권 유린 (특히 여배우들에 대한), 상상도 할 수 없는 감독의 갑질이 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아무리 사회에 대해 따가운 일침을 넣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시대는 변하고 있다. 메시지를 말하고 싶다면 정당한 방법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어느 조직이건 사람은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 콘텐츠를 조금 생산할 능력이 있다는 것은 절대 남에게 함부로 해도 되는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서는 이제 아무 것도 만들 수 없다. 비전이 있다면 팀에게 설득해야 하고 그들이 하는 노동 하나하나를 존중하고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누군가를 착취해서 나오는 결과물이라면 그것이 아무리 고귀한 이상을 담고 있다해고 그냥 고귀한 쓰레기일 뿐이다.

자,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사람을 갈아 넣으면서 돌아가는 업계가 남아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무능력한 의사결정권자들이 넘쳐나는 곳. 바로 군대이다. 영화판에 개혁이 일어났고 게임판도 바뀌는 중이다. 사람을 갈아 넣어서 존재해야 하는 조직은 현대사회에서 존재가치가 없다.

(이미지 출처=‘키드갱’ (네이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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