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티베트 28편] 푸른 보석 , 얌드록쵸(羊卓雍错)

백민섭 승인 2021.06.28 13:34 | 최종 수정 2021.06.28 13:44 의견 0
캄발라고개(岗巴拉, Kambala Pass, 4794m)에서 바라 본 얌드록쵸(해발 4,441m)
캄발라고개(岗巴拉, Kambala Pass, 4794m)에서 바라 본 얌드록쵸(해발 4,441m)

라싸의 여유 있던 일정을 뒤로하고 다시 오지를 향해 길을 나선다. 차량도 며칠에 걸쳐 정비와 테스트를 마쳐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었다. 탐사대도 기력을 보충한 것뿐 아니라 고산병에도 완벽하게 적응해 있었다. 더구나 중국 국가체육총국 소속 중국국제체육여유공사 담당자가 합류하기 위해 북경에서 내려왔다. 앞으로 갈 지역은 군사보호지역이 많고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말 대책이 없는 오지가 많다는 것. 유사시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중앙에서 고위관리가 내려 온 것이다. 고맙기도 하지만 그만큼 향후 일정이 무겁게 다가온다. 히말라야 호텔 사장과 직원들이 장도를 축원하기 위해 걸어준 카타(khata, 哈達)를 차에 매달고 다시 길을 나선다.

키츄강과 라싸
키츄강과 라싸

이른 아침 라싸는 밤사이 도시 곳곳에서 향으로 태운 노간주나무 연기가 눈부신 햇살과 섞여 물안개처럼 도시전체를 물들이고 있다. 멀리 포탈라 궁도 아침햇살을 튕겨내며 깊은 시름을 감추고 있다. 집집마다 옥상 위에 매달린 오색찬란한 룽다가 늦가을 히말라야 바람에 휘날리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퍼뜨리고 그들의 신심도 한없이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우리는 그 기이한 현상을 우리 일행의 장도를 축복하는 것이라 해석하고 길을 나선다.

옴마니반메훔!

라싸 외곽으로 나가자 신축 중인 아파트가 여러 채 보인다. 그 옆으로는 인민해방군 부대가 주둔해 있고, 군용 기름을 수송하는 트럭이 여러 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시내 중심에는 공안국이, 외곽에는 군부대가 튼튼한 지주처럼 자리하고 있어 갑자기 답답함을 느낀다.

라싸시내를 벗어나 칭하이성과 라싸를 잇는 칭짱꽁루가 만나는 삼거리를 지나면 이내 얄룽장뿌강을 만나게 된다.

얄룽장뿌강(Yarlung Tsangpo River, 雅魯藏布江)은 ‘어머니의 강’이라는 뜻으로 티베트의 서부 아리(阿里)에서 발원하여 장장 2900여 킬로미터를 흘러 시가체와 체탕을 거쳐 인도의 갠지스강으로 이어지는 티베트의 젖줄이다. 탐사대는 얄룽장뿌의 유장한 흐름을 거슬러 달려간다. 샛노랗게 물든 백양나무 가로수는 늦가을 풍취를 느끼기에는 더할 나위없다. 그 틈새로 ‘칭커(靑麥)’를 수확하기 위해 이삭을 털고 검불을 날리며 알곡을 거두는 농부들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여유롭다.

라싸 ⇔ 공가공항 가는 고속도로. 101번 지방도로와 연결된다
라싸 ⇔ 공가공항 가는 고속도로. 101번 지방도로와 연결된다

라싸 외곽에 이르러 리여우대교(柳梧大桥)를 건너 간체로 향한다.

네팔로 가는 요칭꽁루(友情公路, Friendship High way)를 타야 한다. 예전에는 318번국도로 가다가 취수이대교를 건너서 307번 지방도로로 갈아탔지만 2011년도에 개통된 라싸공항고속도로가 확장되면서 리여우대교를 건너서 공항방향으로 길이 만들어졌다. 다리를 건너서 오른쪽 101번 지방도로로 갈아탄다.

드디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지나게 된다는 설렘이 가득 밀려온다.

라싸의 얄룽장뿌강
라싸의 얄룽장뿌강

가장 먼저 눈에 든 얄룽장뿌강. 거대하고 도도하게 늦가을 백양나무 단풍과 황토산들을 어루만지며 깊은 가을 심연으로 들어가고 있다. 거친 황토고원에서 만나는 노랗고 파랗고 검은 단 3가지 색의 조화는 서서히 내 마음속 인생의 장면으로 각인된다.

취수이 가는 지방도로는 2차선의 좁은 길이다. 왼쪽 가로수와 오른쪽 가로수가 맞닿아서 터널을 이룰 정도이고, 흐르는 강 바로 옆으로 난 길은 손을 뻗으면 강물에 닿을 듯하다. 강변에는 타르초가 곳곳에서 바람에 나부끼며 수많은 사연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라싸강과 얄룽장뿌강이 합쳐지는 취수이대교를 지나자마자 다시 307번 국도로 진입하게 되는데 급한 커브길 오른쪽에 위치한 수장대(雅鲁藏布江水葬台)를 지나면 틀림이 없다.

1km 쯤 가면 검문소가 나온다. 여기서 여행허가서도 검사하지만 얌드록쵸풍경구의 입장권도 사야 통과할 수 있다. 국립공원지리산을 통과하는 길에서 통행세를 받는 것과 같다. 외통수 길이라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얌드록쵸풍경구 검문소
얌드록쵸풍경구 검문소

얄룽장뿌강 주변에는 곳곳에 수로를 내어 농수로에 연결하는 등 치수관련 사업이 한창이다. 둔치 같은 곳에 넓게 자리한 과수원과 밀밭이 풍요로워 보인다.

안내인은 "티베트에서는 길 내는 곳 바로 옆에는 수로작업이 따르고, 토양과 환경에 맞는 나무를 심어 치수관리를 한다"고 설명한다. 높은 산에도 송수관 작업을 통해 물을 공급하는 등 토양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 안간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간간이 지나치는 마을에는 담벼락 단장이 한창이다. 자세히 보니 야크 똥을 한 움큼씩 들어 벽에 척척 바르고 있다. 중국 감독관이 웃으며 "겨울 땔감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일러준다. 벽에 한 무더기씩 곱게 펴서 발라 놓으면 건조가 빠르고, 벽돌처럼 만들어 담 위에 쌓아 놓으면 바람도 막아 준다고 한다. 이방인들은 더럽다고 인상을 찌푸리지만 이 척박한 환경에서는 나름의 지혜를 가진 겨울채비다. 라싸시내는 타루초와 함께 중국의 오성홍기를 같이 게양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라싸에서 멀어질수록 타루초만 건 집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시내에서 멀어 질수록 중국의 간섭이 덜 한 때문으로 보인다.

벽에 발라 건조시키는 쭤(야크 똥과 볏집을 이긴 것)
벽에 발라 건조시키는 쭤(야크 똥과 볏집을 이긴 것)

간체(江孜, Gyantse)로 가는 길은 해발 4974미터나 되는 캄발라고개를 넘는 험난한 코스. 얄룽장뿌과 이별을 하고 강변에 위치한 조그마한 마을 강빠촌(岗巴村)에서 왼쪽 산길로 들어선다. 고도를 높일수록 계곡은 까마득해지고 차창 밖은 아찔하다. 계곡과 산 능선을 따라 용의 꼬리처럼 구불구불한 도로를 아슬아슬하게 오른다. 전망이 좋은 지점에는 영락없이 예쁘게 꽃단장을 한 야크와 장아오(藏獒, Tibetan Mastiff- 사자개라고도 불리는 티베트産 토종견)가 관광객들을 호객하고 있다.

한 시간 정도 구절양장의 길을 오르면 어지러운 상태로 고갯마루에 이르게 된다. 정상에 있는 타루초가 히말라야 바람에 몸서리치고, 고개를 지나는 또 다른 여행객은 한줌 염원을 담은 종이 다발을 뿌린다. 불교의 경구와 소원을 담은 부적(符籍)들은 강한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올랐다가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며 이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캄발라고개
캄발라고개
캄발라고개 전망대 풍경
캄발라고개 전망대 풍경
캄발라고개 전망대 풍경
캄발라고개 전망대 풍경
캄발라고개 전망대 풍경
캄발라고개 전망대 풍경

캄발라고개(岗巴拉, Kambala Pass)로 오르는 길은 높지만 험하지 않고, 황량하지만 듬성듬성 풀들도 제법 있어 푸르름도 부족하지 않다. 마침내 도착한 얌드록쵸(羊卓雍错)호수 전망대(4998m). 예전에 보지 못한 널찍한 주차장과 표지석이 있다. 얌드록쵸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다. 요즘에는 매표소가 생겨서 표를 끊어야 한다. 이 넓은 호수를 딱히 전망대가 아니면 못 볼 것도 아니지만 가장 잘 보이는 장소에 전망대라고 만들어놨으니 주머니에 손을 넣을 수밖에 없다. 세상인심은 점점 험해진다.

얌드록쵸(羊卓雍錯, Yamdrok Lake)호수는 푸르다 못해 시린 히말라야 하늘에 맞장구라도 치듯 에메랄드 빛을 뽐내고 있다. 호수 너머에는 7천 미터가 넘는 설산 나이친캉쌍(乃欽康桑峰, 7,191m)이 있어 에메랄드빛이 더욱 짙푸르게 부각된다. 티베트인들이 ‘푸른 보석’이라 자랑할 만하다. 해발 4,440미터에 위치한 이 거대한 호수는 마나사로바, 남쵸, 라모라쵸(拉姆纳错)와 함께 티베트 4대 성호(聖湖) 중에 하나다.

얌드록쵸와 나이친캉쌍(乃欽康桑峰, 7,191m)
얌드록쵸와 나이친캉쌍(乃欽康桑峰, 7,191m)

'위에 있는 목초지'라는 뜻과 함께 티베트어로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라는 뜻도 있듯이 호수 주변은 천연목장이다. 이 호수를 의지하여 티베트 사람들이 밭을 일구고, 물고기를 잡으며 산다. 널찍한 초지에는 목동도 없이 야크와 양떼들이 서로 어울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늦가을 맑은 햇살을 받아 다양하게 푸른색을 연출하는 호수표면은 압권이다.

여름철은 노란색과 푸른색으로 단장하고 겨울이 되면 동화 속 세상 같은 설경이 펼쳐진다.

길이 130킬로미터, 너비는 70킬로미터. 총 둘레가 250킬로미터에 최대 수심 60미터나 된다는 아름다운 얌드록쵸는 한눈에 담을 수 없다. 전갈처럼 생긴 호수 사이에 커다란 산이 다섯 개나 솟아 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북쪽 최대의 내륙호수로서 염호(鹽湖)지만 실제로 맛을 보니 짠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빙하수에 희석된 호수는 풍부한 어족자원을 자랑하는 보배로운 호수가 된 것이다. 캄발라고개에서 내려와 굽이굽이 한 시간 이상 달려야만 벗어날 정도로 커다란 호수. 강수량이 적은 티베트 고원에서 얌드록쵸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중국은 1996년 간체로 가는 700번 국도에 면해서 이곳에 수력발전소(羊卓雍湖抽水蓄能电站)를 건설했다. 수 백 미터에 이르는 낙차를 이용해 만든 전기를 일대에 공급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자연을 벗 삼아 평화롭게 살던 티베트 사람들은 강제 이주를 당했고 옛날 길과 집은 모두 수몰되고 말았다. 중국정부는 환경파괴나 생태계 변화는 없고, 수리시설이 정비되고 전기가 공급되어 훨씬 살기 좋아졌다고 강변하고 있다.

생산된 전력 대부분은 티베트에 주둔한 중국 군대와 라싸시의 한족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티베트인에게는 무용지물이다. 아직까지는 얌드록쵸의 수량이 풍부해 제한적으로 수력발전을 한다고 하지만 히말라야의 눈 녹은 물이 주수원인 호수는 수십 년이 지나면 바닥이 날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지난 10년 동안 얌드록쵸호수의 수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 안내인의 설명이다.

티베트에서 호수는 종교적 성지이자 티베트 사람들의 생명의 식수임을 감안할 때 전기, 관계시설보다 더 중요한 것이 호수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티베트 사람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엄습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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