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미국 雜(잡)솨 13편] 극과 극

차양현 승인 2021.02.10 10:34 | 최종 수정 2021.02.10 10:57 의견 0

1. 명암
드디어!
뉴욕 식당들이 12일인 설날 실내 영업을 재개한다. 뉴욕주지사인 앤드류 쿠오모는 8일 이틀 앞당겨 실내영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대 수용인원의 25%의 제한적인 오픈이라는 점은 뼈아프다. 폭설과 한파로 실외 영업마저 중단 상태인 레스토랑 입장에서야 고마운 일이겠지만 그간의 손해를 생각한다면 아직 희망의 빛이 보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행인 점은 코로나 확진율과 입원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2월 7일 기준으로 코로나19 입원 환자와 확진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감소가 생각보다 느린 코로나19 백신의 영향인지 적극적인 거리두기 효과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다만 걸리면 가족 경제가 풍비박살이 난다는 점은 확실하다.

8일 LA타임즈에서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입원치료를 받은 패트리샤 메이슨(51. 바카빌)씨의 병원비 청구서에 관한 기사를 내놨다. 메이슨씨가 납부해야하는 총액이 무려 $1,339,181(한화 약 16억원)나 되었다는 것이다. 약 한달간의 입원과 집중치료로 청구된 금액이었다. 다행인 것은 남편의 회사 보험을 통해 95%를 면제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4만 2천달러가 남았다고 한다. 이쯤되면 아직도 의료보험이 없는 나같은 경계인들은 미국땅에서 살아남는게 무슨 의미가 있다 싶기도 하다. 한국의 의료보험이 이렇게나 훌륭하다는 사실을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다.

2. 희비
또 한번!
한국인의 오스카 입상이 점쳐지고 있다. 골든 글로브 및 미국배우조합상 노미네이트에 오른 한국계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2020 워싱턴 DC 비평가협회에서 여우조연상과 아역배우상 부문을 수상했다. 특히 윤여정 배우는 미국 연기상을 21관왕이라는 놀라운 위업을 달성했다. 특히 버라이어티 최근호에는 윤여정 배우를 오스카 여우조연상 예측 1위로 발표해 헐리우드의 이목이 그녀에게로 쏠리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미나리에서 그녀의 연기는 한국 할머니의 전형성을 구축한 김혜자 배우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다는 점이다. 도시적이고 차갑고, 냉정하며 약간은 시니컬한 과거의 필모그라피와는 벗어난 그녀의 연기가 나로서는 더욱 궁금한데 아직 이곳에서도 미나리를 개봉한다는 소식은 없다. 거기에 골든글로브가 이 영화를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 영화상에 노미네이트 했다는 소식도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계 미국 감독이 한국계 미국 주연을 섭외하고 미국 스태프를 고용해서 몇몇의 한국인 배우들과 만든 작품이 한국어 사용 50%가 넘는 영화라고 미국영화가 아니라고 한다면 한국이 하청받아 제작한 심슨가족도 외국 작품이어야 한다. 골든글로브도 로컬 맞네.

3. 고저
'화폐 전쟁', '화폐의 몰락' 저자인 제임스 리카즈 통화제도 분석가는 현재 비정상적으로 고공행진 중인 주식시장을 보고서도 ‘신대공황’ 시대에 진입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 주식시장과 실물경제는 괴리된 채 움직이고 있다"며 "1930년대의 대공황을 넘어서는 심각한 신대공황을 맞이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증거로 몇가지 지표를 제시한다. 우선 미국의 실업률을 그 근거로 삼는다. 그는 2020년 3월 1일부터 10월 1일까지 직장을 잃은 미국인은 6000만명 이상이며 향후 3년간 매달 100만개 이상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대량 실직이 단기간에 일어났다고 말한다.

2020년 3-6월 발생한 1차 대량 해고가 주로 소매점 점원과 고객 응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여파는 2020년 10월부터 2021년 내내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해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의 주장은 현실에서 바로 확인된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타격은 다운타운만 나가도 쉽게 느껴지고 브룩스 브라더스, JC페니, 허츠 등의 파산은 신문 지면에서 목격할 수 있다. 제임스 리카즈는 신대공황이 향수 30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를 탈출했던 양적 완화 정책이 더이상 효과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재화가 거래되지 않고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된 사람들이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는 부의 양극화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말한다.

4. 냉온
연이은 폭설로 차는 말도 못하게 더럽다. 질척한 도로는 바지와 신발을 엉망으로 만든다. 하지만 마당에서 보는 하얀 눈꽃의 세계는 밟기에도 아깝다. 도전과 기회의 땅이지만 살인적인 병원비, 세계적인 영화제이지만 아직도 로컬의 눈으로만 잣대를 매기는 영화제, 주식은 폭등하지만 검게 드리워진 공황의 전조. 2021년의 외줄타기는 이제 1/10 정도 왔다. 

(사진=연합뉴스, 판씨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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