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미국 雜(잡)솨 7편] 만나서 반가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2020년

차양현 승인 2020.12.30 09:19 | 최종 수정 2020.12.30 09:26 의견 0

2020년을 어떻게 그렸을까?

수많은 영화나 만화에서 그린 2020년이 꼭 분홍빛만은 아니었다.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처럼 마음대로 우주로 날아다니는 세상도 아니었고(엘론 머스크형 제외), ‘미션 투 마스'처럼 화성에 가기 위해서는 아직 4년이나 더 남았으며(엘론 머스크형 승자), 한국영화 ‘예스터데이'에서처럼 통일된 한국도 아니었다.(트럼프 구라쟁이!)

'레인 오브 파이어'에서처럼 터널공사를 하다가 잠자던 용을 깨운 적도 없었고, '스텔스'처럼 6세대 전투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지도 않았다.(51구역에 들어가보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다.) 리얼스틸처럼 행동하는 로봇 만드는 기업(보스턴 다이내믹스)은 현대가 인수했지만 로봇 복싱은 사람들이 관심 없다.

2013년도에 거대 괴물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퍼시픽림'의 집시 데인저는 아무도 꿈꾸지 않았다. '미믹' 역시 지구를 방문한 적 없다. 덕분에 톰 크루즈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처럼 무한 죽임을 당하지 않아도 됐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디에도 터미네이터가 다시 등장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사라 코너 할머니, 쉬세요.

2020년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영화에서는 시끌벅적한 재난과 비극이 그려졌지만 현실은 그보다 지독하고 조용한 지옥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8천만명이 넘는 확진자와 18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전세계는 9초마다 한 명씩 코로나19로 인해 죽고 있으며 이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현재까지 35만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미국은 조만간 2차 세계대전 참전 사망자를 앞지를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의 직접적인 피해보다 무서운 건 경제적인 피해다. 10월 미국의 영구적 실업자는 37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코로나 직전 대비 두배가 넘는 수치다. 11월 들어서면서 임시로 열렸던 식당들은 다시 폐쇄조치가 곳곳에 내려졌고, 할로윈부터 시작하는 연말 분위기는 고요해져 갔다. 침묵의 살인자처럼 코로나19는 우리 삶을 송두리채 바꾸어 놓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포옹하는 것도 꺼리게 되었고, 악수하는 것조차 금지되었다. 양볼에 키스하는 인사는 언감생심.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 하고 사람을 멀리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2020년을 어떻게 넘었을까?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위기를 인간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극복하고 있다. 우선 자신의 안위를 버리고 헌신하는 의료종사자들이 있었다. 자발적으로 재해지역으로 달려갔다. 덮고 무거운 방호복으로 탈진해도 그들의 희생은 멈추지 않았다. 모든 수업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고 있는 세계적인 상황에서 인터넷이 여의치 않은 터키에서는 선생님이 직접 학생들의 집을 일일히 찾아가 수업하는 내용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한 신부는 젊은 환자에게 산소 호흡기를 양보하고 사망하여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한국은 6.25 70주년을 기념해 세계 각국의 참전용사들에게 코로나 구호키트를 전달했다.

뉴욕은 한 요리사는 코로나19로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에게 음식을 배달하자 후원이 쏟아졌다. 물론 몰지각한 자들도 있었다. 코로나 와중에 2000여 결혼식 하객을 초대했다가 덜미가 잡힌 신랑 신부도 있었고 격리된 시설에서 끊임없이 택배를 요청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봐야 소수다. 세상은 알게 모르게 기부와 도움으로 버티고 있다. 

2021년은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2021년에 우리는 '설국열차'를 타고 마그마가 폭발하는 '백두산'을 보며 한국과 북한의 두 정상이 무섭게 내리는 '강철비(2)'를 뚫고 회담하는 장면을 볼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래도 우리는 살아남아 있을 것이며 세상은 어떻게든 굴러갈 것이란 사실이다.

2020년에 잃은 것들을 다음해에 모두 복구할 수는 없다. 인생은 길다. 짧다면 다 복구 안해도 되니 다행인 것이고 길다면 시간이 많아 또 다행인 것이다. 당신이 그리는 2021년의 모습이 어떤지는 모지만 안그려봤다에 내 얼마 안남은 양심을 건다. 나도 안그려봤다. 그래도 닥치는대로 버티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덤벼라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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