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미국 雜(잡)솨 6편] 5인이상 모일 수 없는 연말에 필요한 미국에서도 볼 수 있는 2020 띵작 소개

차양현 승인 2020.12.23 09:19 | 최종 수정 2020.12.23 09:27 의견 0

연말이다. 모일 수 없는 시기에 방콕하는 당신을 위한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예능 4편을 준비했다. 독자님들 주소라도 알면 엽서라도 한 장 보내드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으니 올해에 인상적이었던 영화와 드라마 네편 정도 골라 선물하고자 한다. 안보셨으면 꼭 보시고, 보셨으면 두 번 보시라. 

# 외로운 솔로들에게 주는 파란 알약 'TENET' 
인간은 4차원의 세계에서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적으로 인식한다.  TV를 생각하면 쉽다. 3차원의 영역을 2차원의 패널에서 구현한다. 같은 세상에 살지만 개미는 2차원의 세상에서 산다. 우리가 돌무더기를 돌아가는 개미를 집어 반대편에 옮겨 놓으면 개미 입장에서는 놀라운 공간이동일 것이다.

설사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개미가 있어도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의 비선형성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타임슬립은 수십년간 영화의 단골 소재였다. 그러나 인간의 손에 집혀 올라간 개미처럼 타임슬립은 시간의 점프로만 표현되었다. 장치를 이용해 과거를 간다거나, 터널을 지나보니 미래라던가, 혼절했다 일어나보니 백악기라던가 등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류 최초로 인버스라는 개념을 통해 선형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을 시각적으로 구현해냈다.

영화 '테닛'을 통해 시각적으로 이해되는 타임슬립의 방법은 원자와 전자로 이루어진 우리 세계가 결국은 확률과 수많은 멀티버스로 이루어진 수많은 존재중에 미미한 하나에 지나지 않음을 이해하게 된다. 거대한 우주의 한낱 미물일 뿐인 이성 사람이라는 거, 없어도 그만인 것이다. 두 번, 세 번봐야 해서 크리스마스가 더 빨리 지나가는 건 덤이다. 

# 지금이 힘들다면 보면서 위로받을 영화 'THE BOYS'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2020년 미국 최고의 히트작은 지금 소개하는 'The Boys'다. 일반적인 히어로물로 생각하고 패스했다면 반드시 봐야할 드라마다. 미국 각지에서 초능력자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들은 히어로 경연대회를 통해 연방정부 단위의 히어로 팀을 결성하고 활동한다. 이들의 활동을 보조하고 쇼 비지니스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은 거대한 자본을 굴리며 성장한다. 태어날 때부터 통제될 수 없는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된 자들이 좋은 인성을 가지고 있을리 없다.

히어로들은 마약, 강간, 폭행, 살인 등 수많은 범죄와 잘못을 벌이고도 영화, 드라마, 광고를 통해 막대한 부를 창출한다. 히어로들은 스타이자 인플루언서이며 자경단이다. 언론은 그들이 비리를 덮고 권력은 그들의 문제를 숨긴다. 이 말도 안되는 히어로 드라마는 비틀어진 자본주의 사회를 일식집에 배달된 갖잡은 참복어마냥 섬세하고 날카롭게 회쳐낸다. 권력은 자본에서 나오고 그 카르텔은 공고하다. 저따위 히어로들이 없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저 히어로들의 세상에 비하면 코로나 따위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 세상 아닌가?

# 보다보면 눈 세정되는 세정이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한국에 있는 9살난 아들놈이 신나서 이야기 하길래 대꾸나 해주려고 봤다가 빠져버렸다. 몇 안되는 한국형 히어로물이며 코믹, 학원물이 결합되어 있는 장르다. 평소라면 콧웃음 치면서 패스할 장르다. 원작 웹툰을 보지 않았기에 원작과 비교는 어렵다. 드라마의 구성은 꽤나 밀도 높고 캐릭터의 구성도 입체적이다. 게다가 세정이는 내 딸이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전 딸이 없습니다.)

한국의 중진시에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악귀 출몰이 잦다. 이들을 잡기위한 퇴마사들은 국수집을 하며 악귀 잡는 일을 하고 있다. 재계 순위 50등 정도 하는 스폰서가 있음에도 왜 국수집을 하는지는 모른다. 사건은 중진시의 고등학교에서부터 토호 건설사와 경찰서, 시청에 이르기까지 다발적으로 발생하며 이 사건들은 ‘카운터'라고 불리우는 퇴마사들의 과거와도 연결되어 있다. 개별적으로 보이는 사건들은 하나의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며 이 권력과 악귀가 어떻게 연결되고 ‘카운터'들과는 어떻게 만나게 될지는 아직 방영중이라 알 수 없다.

아빠와 아들은 염혜란 누님의 귀여움과 세정이의 카리스마에 녹으면 되고 엄마와 딸은 아직도 단단한 유준상의 근육과 소문이의 엄친아적 착함에 반하면 된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와 함께 볼 것이라면 가끔 한두 번은 눈 가려줘야한다. 잔인한 장면이 몇 있다.

더불어 어려운 친구를 따뜻하게 감싸고 서로 도와주는 장면은 쪽팔리게 찔끔할 수도 있으니 갱년기 왔다는 소리 안들으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소문'이 친구로 나오는 이지원과 김은수 연기가 아주 ‘살발'하다.

# 머리는 쓰고 싶지 않은데 똑똑해진 느낌을 받고 싶다면 '퀸즈 갬빗'
체스와 초록색 안정제를 무기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체스판에 도전한 소녀의 이야기. 체스 따위는 몰라도 된다. 얀야 테일러 조이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50%는 안구정화 된다. 백인 남성으로 대표되는 기득권의 전복도 빠질 수 없는 쾌감이다.

무엇보다도 즐거운 지점은 천재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굳이 머리를 쓰지 않아도 천재가 된 것 같은 착각에 잠시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드라마가 나오고 나서 원작 소설은 출간 37년만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체스 사이트인 ‘chess.com’에는 8살부터 22살까지의 베스하먼의 체스실력을 AI로 구현해 그녀와 대결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체스를 둘 수 있는 사람이라면 드라마 감상후 체스 사이트로 가면 되고, 체스를 두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한동안 똑똑해진 것 같은 자신을 즐기면 된다.

내년에는 당당하게 OBSW의 프로그램 소개로 2021년을 마무리 하고 싶다. 쑥쑥 잘 자라서 원고료도 쑥쑥 올려받고 싶다. 그러기에 앞서 모두 건강하시고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길 빈다.

(사진=영화 포스터, O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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