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든링이나 엘든링이나 그런 엘든링 얘기

이현수 승인 2021.11.12 16:44 | 최종 수정 2021.11.12 16:52 의견 0

이번 주 엘든링이나 엘든링이나 그런 엘든링 이야기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매주 엘든링 이야기를 하는 이 칼럼에서 오늘도 엘든링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난 주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엘든링이 실재한다는 증거가 공개되었습니다.

‘엘든링 Elden Ring’ (2022, 반다이남코 Bandai Namco, 프롬 소프트웨어 From Software, 미야자키 히데타카 Miyazaki Hidetaka 외)은 무엇이고 사람들은 왜 이리 열광하는가?

태초에 미야자키 히데타카가 있었다.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창작자는 누구인가? 봉준호? 아카데미는 받았지만 차기작 발표한다고 애들이 엉엉 울고 난리치는 거 본 적 있나? 고토케 코요하루 吾峠呼世晴? 1억부 클럽도 찍고 가장 성공한 애니메이션 작품의 원작자가 되었지만 남자인지 여자인지 정체도 모른다. 코지마 히데오 Kojima Hideo? 아, 그 안마의자 만드는 아저씨? 다 꺼지라고 해라. 지금 세상에서 가장 핫한 창작자이자, 인류 역사상 손에 꼽을 천재는 바로 프로 소프트웨어 현 사장이신 미야자키 히데타카이다.

미야자키 히데타카
미야자키 히데타카

미야자키 히데타카. 게임 디렉터. 프롬 소프트웨어 사장. 1974년 1월 1일 생. 일본 게이오기주쿠 대학 사회과학부 출신. 첫 직장은 오라클 Oracle. 그 회사를 택한 이유는 그냥 IT 관련 일을 하고 싶어서. 이후 게임을 접하고 게임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생각, 2003년 30살에 퇴사 후 프롬 소프트웨어 취직. 개발자 출신도 아닌 보통의 직장인 경력. 그런 그는 게임 회사에서 경력직으로 일을 할 수는 없었고 제일 밑바닥 최하급 기술자부터 일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천재는 어디서든 튀는 법. 2년 만에 ‘아머드코어 라스트 레이븐 Armored Core Last Raven’ (2005, 프롬 소프트웨어)의 기획자를 시작으로 디렉터로 승진하고 2009년 전설의 게임 ‘데몬즈 소울 Demon’s Souls’ (2009, 재팬 스튜디오 Japan Studio, 프롬 소프트웨어)를 세상에 내보낸 뒤 2014년 프롬 소프트웨어 사장에 취임했다.

2.프롬 소프트웨어는 뭐 하는 곳인가?

1986년 창업한 소프트웨어 회사로 돼지 먹이 공급 프로그램 등의 농업용 프로그램이나 사무용 프로그램을 납품하던 곳이었다. PC게임이나 한 번 만들어볼까, 하고 뚝딱뚝딱 만들다가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아 이거 어쩌나 하던 차에 그때 막 세상에 나온 소니 Sony의 플레이스테이션 Playstation용으로 게임을 하나 만들어내니 그게 바로 전설의 ‘킹스필드 King’s Field’ (1994, 프롬 소프트웨어)이다. 프롬 소프트웨어는 원래 게임 회사가 아니었던 만큼, 트렌드따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이 만들고 싶은 걸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나온 것이 바로 1인칭 던전 크롤러 ‘킹스필드’이다. 3D 그래픽 성능을 자랑하던 플레이 스테이션 초기작들이 아직 3D 게임을 제대로 못 만들던 론칭 초기 시절 나온 거의 최초의 풀 3D 게임이고, 기존의 일본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엄청난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게임은 단순하다. 던전에 들어간다. 길을 찾으면 앞으로 갈 수 있고, 길을 잃으면 헤맨다. 맞으면 죽고, 때리면 죽인다. 이 단순함의 미학을, 사실 그간의 일본 게임들은 잊은 지 오래였다.

일본 RPG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게임은 ‘울티마 Ultima’ (1981, 리차드 개리엇 Richard Garriott)로 이를 계승한 게임이 바로 일본의 국민 게임이자 JRPG의 표준이 된 ‘드래곤 퀘스트 Dragon Quest’ (1986, 에닉스 Enix, 호리이 유지 Horii Yuji)이다. ‘울티마’가 이제 몰락한 반면 ‘드래곤 퀘스트’는 최근 11편을 내고 일본을 넘어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으며, 12편은 전 세계 동시 발매를 계획 중이라고 한다.

1편부터 11편까지. 디렉터 호리이 유지, 일러스트레이트 토리야마 아키라 Toriyama Akira, 작곡 스기야마 코이치 Sugiyama Koichi 이 세 주축이 35년 이상 계속 호흡을 맞춰오며 시리즈를 이끌어 왔다. 최근 스기야마 코이치의 사망으로 3인방은 무너졌으나, 스기야마 코이치 자체가 논란이 많은 인간(전쟁 범죄 옹호론자)이기에 전 세계 팬들도 추모를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마지막 그리스의 입장 시에 이 ‘드래곤 퀘스트’의 메인 테마가 울려퍼졌다. 한번 찾아 들어보시라. 이 게임이 일본 국민 게임이 되는데 이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수긍이 갈 정도로 뛰어난 곡이다. ‘울티마’는 모든 현대 RPG 게임의 아버지이니 딱히 일본 게임에 영향을 준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일본 RPG 역사에 두 번째로 큰 영향을 끼친 게임은 바로 던전 크롤러 1세대 게임 ‘위저드리 Wizardry: Proving Grounds of the Mad Overlord’ (1981, 서테크 Sir-Tech, 앤드류 C. 그린버그 Andrew C. Greenberg, 로버트 우드헤드 Robert Woodhead)이다. ‘울티마’, ‘마이트 앤 매직 Might and Magic’ (1984, 뉴 월드 컴퓨팅 New World Computing, 존 반 케너검 Jon Van Caneghem)과 함께 3대 RPG로 불리는 걸작이나 이 ‘위저드리’가 가장 인기를 끈 곳 중 한 곳이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이후 ‘위저드리’의 비공식 속편, 공식 속편, 수많은 파생작과 아류작, 영향 아래 만들어진 작품들이 만들어지며 세계 최고의 던전 크롤 장르 제작 국가가 된다.

여하튼 이 ‘킹스필드’도 ‘위저드리’의 영향력 아래 놓인 작품이나 ‘위저드리’가 굉장히 길고 상세한 텍스트로 현 상황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그야말로 정통파 RPG인 반면 액션 RPG인 ‘킹스필드’는 진짜로 해골에게 검을 휘두르고, 진짜로 해골에게 두들겨 맞고, 발을 삐끗해서 죽고, 칼에 맞아 반으로 갈라져 죽고, 메이스에 맞아 다진 고기가 되어 죽는다. 단 한 순간도 한눈을 팔면 안 되고 살려면 아등바등 발버둥쳐야 한다. ‘킹스필드 2 King’s Field II’(1995, 프롬소프트웨어)에서는 시작하고 1.5초 만에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킹스필드’는 컬트적 인기를 끄나 상업적 성공은 그냥저냥이었다. 그러다 마침내 드디어 흥행 시리즈를 터뜨리니 그게 바로 ‘아머드코어’ 시리즈이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메카닉을 타고 싸우는 전통 메카물이다. 그런데 ‘킹스필드’를 만들었던 이 골 때리는 인간들의 유전자가 어디 가겠는가? ‘아머드코어’는 메카닉을 조종하는 게임이다. 아니, 메카닉을 조종하는 ‘게임’이 아니라 메카닉을 ‘조종’하는 게임이라고. 한 걸음을 걷기 위해서도 기본 5-6 가지의 조작이 필요하다. 거대 인간형 병기가 움직이는 게 그리 쉬운 줄 아는가? 조작이 얼마나 어려운지 조작의 편의성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아머드코어 잡기’라는 비상식적인 패드 파지 방법이 나올 정도였다.

이게 바로 ‘아머드코어 잡기’이다. 게임 패드는 저렇게 잡으라고 만들어진 물건이 아닌데 ...

‘아머드코어’의 튜토리얼. ‘아머드코어 잡기’가 나온 이유이다. 응? 보통의 게임이랑 별 다를 거 없는데? 아, 저기 나온 조작을 거의 모두 동시에 해야 합니다요. 게임패드는 바로 잡았을 경우 보통 2-3개의 조작을 동시에 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으나, ‘아머드코어’는 기본적으로 5-6개의 조작을 동시에 해야한다. 엄지가 두 개 있지 않은 이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온 게 저 괴상한 파지법이다.

그럼 속편에서는 조작법을 개선하여 편의성을 개선하였겠구나? 아니, 속편도 계속 저 조작법을 유지한다. 기술의 발달로 심지어 더 괴랄해진다. 그렇다. 이 회사 놈들은 미친놈들이다. 그래도 시리즈가 지속되면 새 소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조작 편의성을 신경 안 쓸 수는 없겠지? 조작을 조금 쉽게 했더니 이번엔 팬들이 난리친다. 이 느낌이 아니라고. 그렇다. 이 회사의 팬들은 모두 미친놈들이다. 그냥 미친 게 아니라 고통 받으며 즐거워하는 미친 마조히스트들이다.

3. 그리고 소니.

플레이스테이션3를 론칭한 뒤 SCE(Sony Computer Emtertainmetn)의 카지이 켄 Kajii Ken 프로듀서는 어느 날 프롬 소프트웨어를 방문해서 미야자키 히데타카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아머드코어’와 ‘킹스필드’의 광팬이었던 그는 미야자키 히데타카에게 ‘킹스필드’ 신작을 만들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았다. 아마도 다음과 같이 대화했다고 전설로 전해진다.

“님, ‘킹스필드’ 쩔었는데 속편 안 만드심?”

“그거 인기도 별로 없고 ... 투자도 힘들고.”

“그래도 팬들은 많은데.”

“그럼 소니가 투자하쉴?”

“오케이 콜.”

이 시절 소니는 지금의 슈퍼 겁쟁이 행보와는 대비되게 굉장히 다양한 게임들에 투자를 하던 중이었다. 그렇게 ‘데몬즈 소울’의 프로토 타입이 나오고 SCE 사장 요시다 슈헤이 Yoshida Shuhei가 직접 게임을 해봤는데 2시간이 넘도록 시작 지점을 벗어나지 못해 패드를 집어던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미국 지사도 이 게임이 미국에서 성공할 것으로 보지 않았고 결국 ‘데몬즈 소울’의 배급권은 SCE, 아틀러스 Atlus, 반다이남코 Bandai Namco 등이 지역별로 갈라 먹게 된다. 그러나 게임의 어마어마한 슬리퍼 히트를 목격한 SCE는 이 게임의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 한 것에 땅을 치고 후회했다고 한다. 이 때의 후회가 콘솔 역사상 최강 독점작 ‘블러드본 Bloodborne’의 협력 제작으로 이어지고, 플레이스테이션5의 론칭작으로 ‘데몬즈 소울 리메이크’ (2020, 플레이스테이션 스튜디오 Platstaion Studios, 블루 포인트 게임즈 Blue Point Games, 게빈 무어 Gavin Moore)를 선택하는 결과를 가지고 오게 된다.

오리지널 ‘데몬즈 소울’의 쐐기 신전
오리지널 ‘데몬즈 소울’의 쐐기 신전
리메이크 ‘데몬즈 소울’의 쐐기 신전
리메이크 ‘데몬즈 소울’의 쐐기 신전

바로 이곳이 그 모든 역사가 시작된 속이다.

4. ‘다크 소울’을 향하여.

‘데몬즈 소울’의 성공 이후 프롬 소프트웨어는 속편을 준비한다. 그러나 ‘데몬즈 소울’은 소니의 IP이고 프롬 소프트웨어와 미야자키 히데타카는 ‘데몬즈 소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무엇을 원하게 된다. 그리고 ... ‘다크 소울’이 세상에 나온다. 다음 편에서는 ‘다크 소울’이 어떻게 우리가 잊고 있던 감각을 일깨워줬는지, 게임에서 모험을 한다는 그 짜릿한 느낌을 어떻게 되살려주었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1980년대로 돌아가서 시작할 것이다.

(이미지출처=‘Miyazaki Hidetaka’ (www.thegamer.com), ‘Dragon Quest 35th Anniversary’ (Square Enix), ‘Armored Core Grip’ (www.2chan.net), ‘Armored Core’ (From Software), ‘Demon’s Souls’ (Japan Studio, From Software), ‘Demon’s Souls’ (Playstation Stuiod, Blue Point Games), ‘Star Wars: Episode III - Revenge of the Sith’ (Lucasfilm Lt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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