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티베트 43편]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막 타클라마칸 1

백민섭 승인 2021.11.09 14:50 | 최종 수정 2021.11.09 14:56 의견 0
타클라마칸 사막
타클라마칸 사막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 오스텅스 뵐루(Hortense Vlou)의 詩 <사막>

오스텅스 뵐루의 詩처럼, 사람들은 인생을 사막에 많이 비유한다.

왜일까? 사막은 외롭고 고독하고 처절하여 자기 삶에 대한 거울처럼 느껴서일까?

아니면 미래를 향한 처절한 절규가 마치 사막에 찍힌 자기의 발자국이라고 느껴서일까?

오스텅스 뵐루의 마음을 담고 사막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과연 타클라마칸사막은 얼마만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쿠처에서 314번 또는 투허고속도로(吐和高速, G3013)를 이용하여 룬타이 방향으로약 40 Km 쯤을 달리자 룬난(輪南) 석유생산기지(유전)가 보이기 시작한다. 대규모 원유저장소와 유조차, 대형 트럭들이 분주하고 멀리 유정에서 뿜어내는 화염이 유전지대를 직감케 한다. 동행한 중국감독관이 유전지대는 촬영금지구역이라고 빨리 지나라고 재촉한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만 예민한 지역에 들어오면 괜스레 위축된다.

'룬난(輪南)유전' 이정표를 따라 타클라마칸사막을 향해 남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타클라마칸을 종단하는 길은 두 개가 있다.

첫 번째 사막공로(165번 지방국도)는 룬타이(輪台)에서 타중(塔中), 민펑(民豊)까지 북쪽 톈산산맥과 남쪽 쿤룬산맥 사이 사막 길을 연결한다. 약 522km 길이로 1995년에 완공되었다. 2007년에 건설된 제2의 사막공로(和阿사막공로-217번 국도)는 아쿠쑤(阿克蘇) 또는 쿠처에서 호탄(和田)까지 연결되는 약 430km구간이다.

사막공로 지도
사막공로 지도

이 한없이 넓은 사막 한가운데 고속도로가 웬일인가?

이 길도 카슈가르 등 신장 남부와 국경지역의 공업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건설된 것으로 우루무치 혹은 중국 중심으로 가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입장이지만 1980년대 발견된 펑펑 솟아나는 석유와 천연가스 운송이 주목적임은 이미 다 아는 얘기가 됐다.

타클라마칸의 지하에 묻혀있는 석유는 중국매장양의 약 30~35%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모래밭이 아니라 금싸라기 땅이 된 것이다.

황량한 벌판 사이로 멀리 유전지대에서 불꽃을 토해내는 굴뚝이 웅변하고 있다.

드디어 타클라마칸 사막의 초입.

스웨덴 출신 고고학자인 스벤 헤딘의 말을 빌리자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막’에 겁도 없이 들어선다.

들어가면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는 타클라마칸사막.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장에 비치는 풍경은 사구들의 아름다움과는 달리 메마르고 건조하다. 햇빛과 구름에 의해 서서히 그림을 그리는 사막은 고요하지만 예기치 못한 두려움도 같이 따라오고 있다.

사막공로 기념탑
사막공로 기념탑

사막공로를 소개하는 안내판은 이렇게 도로를 소개하고 있다.

'타클라마칸 사막 공로는 현재 유동사막에 건설된 가장 긴 고속도로이다.

...중략...

1993년에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하여 1995년 룬타이(輪台)에서 민펑(民豊)을 연결하는 전장 522km 고속도로를 완성하였다. 이 도로는 타클라마칸 사막에서의 유전 개발, 신장성의 경제개발을 촉진, 정치안정에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이 도로는 과학자와 건설기술자의 합작품이자, 국가 석유자원을 전략적 대체하는 희망의 길이자, 남쪽 신장성 여러 소수민족의 행복의 길이다'

사막에 길을 만들기 위해, 모래 바람을 막는 기술을 연구한 결과 사막기후에 강한 식물 4가지를 선정해 사막공로를 지키는 방사림으로 이용하고 있다. 호양(胡楊)나무와 뿌리 길이만 5m가 넘는 훙류(紅柳), 20cm의 작은 키에 뿌리가 깊어 모래를 많이 휘어잡고 무더기로 자생하는 숴숴(梭梭-명아주과에 속하는 관목), 갈대(蘆葦) 등이다. 방사림 옆으로 조성된 용수 공급 파이프와 어우러져 방사림은 제법 무리를 이루어 잘 자라고 있다.

도로가 포장되면서 잊혀진 서역남로가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고, 신장지역을 탐험하는 우리 같은 여행자에게 꽤나 편리하고 유용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 옛날 실크로드의 영광처럼 사막 주변 오아시스에 사는 소수민족의 행복을 견인할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도로를 지키기 위해 조성된 사막의 방사림
도로를 지키기 위해 조성된 사막의 방사림

신장위구르자치구 남쪽의 동서 1400㎞, 남북 500㎞의 분지가 타리무(塔里木)분지다.

타리무분지 가운데에 있는 타클라마칸사막(塔克拉玛干沙漠, TaklaMakan Desert)은 면적이

337,600k㎡(한반도의 약 1.5배)에 달하며 동서 1000km, 남북 500km에 이르는 중국 최대 사막이다. 중국은 곧잘 사하라사막 다음의 두 번째 큰 사막이라고 소개 하지만, 사실은 중국에서도 내몽고자치구의 파단지린(巴丹吉林)사막에 이어 두 번째고, 세계의 사막 순위로는 15위 정도다. 남쪽으로는 쿤룬산맥(崑崙), 남서쪽으로는 파미르고원, 서쪽과 북쪽으로는 톈산산맥에 의해 경계가 정해진다. 동쪽으로는 로프노르(Lop Nor)사막과 고비사막이 버티고 있다.

'타클라마칸'이란 위구르어로 '한 번 사막에 들어가면 살아서 나올 수 없다'라는 뜻.

위구르어로 타클라(Takla)는 '죽음'이고 마칸(Makan)은 '끝이 없는 넓은 지역'이라는 뜻이므로 결국은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넓은 지역'이라는 뜻이다. 무모한 호기심에 대한 경고 같은 말이다.

타클라마칸 사막에는 특히 무서운 것이 있다.

위구르인들은 '카라부란'((kara buran, 黑暴風)이라고 부르고 중국어로는 '사첸바오(沙塵暴)'라 부르는 검은 모래폭풍이다. 카라부란은 사막의 도시를 단숨에 삼켜버릴 만큼 혹독하고 거대하다고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전설의 러우란왕국(樓蘭王國, Loulan, 현재의 신장, 위구르 지역에 존재하던 고대국가) 역시 '카라부란'(黑暴風)이라는 모래폭풍 때문에 사라졌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한때 서역남로의 중심도시로서 기원전 2세기부터 기록에 등장한 러우란왕국은 4세기에 들어 역사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학자들은 외부침입설, 기후 악화와 수원의 고갈에 따른 자연환경변화설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을 제기했다. 러우란왕국의 경우, 서역남로의 경유지로서 도시가 발달하면서 오아시스가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일 것이라 추정한다. 오아시스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벗어나자 하류의 수량이 변하고, 환경 변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러우란사람들이 대형 토목공사와 나무말뚝을 방사선모양으로 박아서 태양빛을 형상화했던 독특한 매장법 ‘태양묘’는 수많은 나무를 필요로 했다. 무성했던 삼림이 파괴되어 결국은 멸망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주장이다.

기후악화설을 주장한 중국의 기상학자들은, 유명한 러우란미녀(3800년 전의 미라)를 연구한 결과 폐에 대량의 모래가 침전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당시에 기후가 이미 악화되었다는 것으로 기후악화설 즉 모래폭풍도 한몫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이 설에 따르면, 3세기부터 6세기까지, 기후가 점차 건조해지고 강우량이 감소하여 사막화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마침내 모래폭풍이 악마처럼 등장 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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