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미만 열람 금지

이현수 승인 2021.07.09 13:44 | 최종 수정 2021.07.09 13:50 의견 0

오늘 칼럼은 19세 미만의 청소년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은 컨텐츠를 다루고 있습니다. 19세 미만은 열람을 금지합니다. 안타깝게도 OBS에 19세 미만 청소년의 접근을 막을 기술적 방법이 없는 관계로 당신의 자녀가 이 칼럼을 클릭해 읽지 않도록 부모님들은 가정에서 자녀들의 행동을 잘 관찰 및 지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는 19세 미만 청소년의 접근이 금지된 컨텐츠의 사진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경고합니다.

2021년 7월. 전 세계 최초 유일무이하게 추정 판매량 약 2억장의 컨텐츠를 미성년자 이용불가 판정을 내린 용감한 국가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 그리고 그 컨텐츠는 바로,

‘마인크래프트Minecraft’ (2011, 모장 스튜디오Mojang Studios,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Xbox Game Studios, 모종의 이유로 인해 최초 개발자 이름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 되었음.)

정리를 해보자,

‘마인크래프트’ 공식 홈페이지의 안내문. ‘한국에 있는 플레이어의 경우 Minecraft Java Edition을 구매하고 플레이하려면 만 19세 이상이어야 합니다.’ 안내 문구가 27개 언어로 공지되어 있다.

한국에는 소위 신데렐라법 셧다운제가 있다.

청소년 보호법 제26조(심야시간대의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

① 인터넷게임[1]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2011년 11월 20일부터 시행된 이 법의 당시 반응을 살펴보자면,

먼저 블리자드 엔터테인번트Blizzard Entertainment. ‘스타크래프트Starcraft’ (1998,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크리스 멧젠Chris Metzen 외)와 ‘디아블로2 Diablo II’ (2000,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데이비드 브렉빅David Brevik 외)로 한국에서 떼돈을 긁어간 바로 그 회사. ‘스타크래프트2Starcraft2’의 런칭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한국어로 발표한 그 회사. 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입장은 다음과 같았다. ‘특정 국가만을 위한 기능을 서버에 추가할 수 없다. 기술적으로도 매우 위험하여 서버가 고장나거나 데이터가 모두 날아갈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이는 플레이어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매우 부도덕적인 행위이다. 그냥 배틀넷 서버를 한국에서 철수시키거나, 12시 이후로 서버를 폐쇄하겠다.’ 이에 이 법을 도입한 여성가족부는 ‘스타크래프트1’을 셧다운제의 예외 케이스로 인정해주었고, 덕분에 한국의 플레이어들을 12시가 넘어서도 배틀넷에 접속해 게임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스타크래프트1’은 셧다운제 예외 케이스이지만 리마스터 버전인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Starcraft Remastered’ (2017,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셧다운제 대상이다. 4K로 리마스터된 잔혹한 전장의 모습을 12시 넘어 청소년들이 본다면 충분히 해로울 테니 이해가 가는 처사이다.

그리고 3대 메이저 콘솔 제작사, 소니Sony,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닌텐도Nintendo의 반응 역시 ‘특정 국가를 위해 일정 나이 이하 이용자들의 접속을 끊어버리는 기능을 추가할 수 없고, 이는 회사의 운영 정책과도 위배된다.’ 라면서 그냥 한국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모두 철수시켜버렸다. 당시 한국의 성인 게이머들은 소니의 PSN, MS의 Xbox Live, 닌텐도의 Nintendo Membership을 이용할 수 없었다.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3사는 19세 이상만 온라인 서비스 가입을 가능하게 하여 서비스를 재개하였다. 현재도 대한민국에서 3사의 온라인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19세 이상이어야 한다.

자, 마인크래프트 얘기를 해보자. ‘마인크래프트’는 스웨덴의 중소 개발사 모장 스튜디오가 만든 샌드박스 게임이다. 소위 디지털 레고로 불리우며, 블록을 쌓고, 부수고, 자원을 채취하고, 도구를 만들고 모든 것이 게임 안에서 가능한 그야말로 무한한 디지털 세상의 놀이터이다. 이 게임은 ‘게임’이라는 컨텐츠의 고정관념을 뒤흔들어 놓았고 진정한 의미의 ‘샌드박스 게임’ (모래놀이판. 아이들의 모래놀이처럼 어떠한 규칙도, 목적도 없이 그저 플레이어가 하고 싶은 것을 거의 무한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보여주었다. 이 간단한 규칙과 무한한 확장 가능성은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불러보았고, 전 세계 수많은 아이들이 ‘마인크래프트’의 팬이 되었다. 이 게임이 얼마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구글링을 조금만 하여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덴마크는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하여 국토의 1:1 축적의 지도를 만들었고, 수백만 개의 게임 아이템을 이용하여 실제로 구동되는 컴퓨터를 게임 내에 만든 경우도 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각종 코딩 교육에 가장 훌륭한 보교재로 쓰이고 있으며, 특정 바이러스의 단백질 구조를 재조합하는 작업에도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2014년 마이크로 스프트(오타 아님. 이하 MS)는 모장 스튜디오를 25억 달러 (당시 환율 2조 8천억)에 인수하였다. 엠에스(MS)는 다들 아시다시피 Xbox Game Pass라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를 선두에 내세운 새로운 게이밍 생태계 조성에 사활을 걸었고, 이 모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은 사용자의 확보가 필요했다. 어마어마한 사용자 풀을 가진 ‘마인크래프트’를 엠에스(MS) 산하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 안으로 들임으로써 ‘마인크래프트’는 엠에스(MS)가 꿈꾸는 이상적인 게임 생태계 조성의 선봉장을 맡게 된다.

자, 여기서 다시 정리. ‘마인크래프트’는 PC용 게임으로 자바Java라는 언어로 개발되었다. 이 최초의 ‘마인크래프트’는 ‘마인크래프트 자바 에디션’이라 불린다. 그러나 이 게임을 다양한 플랫폼에 이식하고 플랫폼 간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기위해 ‘마인크래프트’를 C++언어로 재프로그래밍 한 것이 소위 ‘마인크래프트 베드락 에디션’이며 거의 대부분의 윈도우 PC, 모바일, 게임 콘솔에서 돌아가는 게임은 이 베드락 에디션이다. 당연히 베드락 에디션을 플레이하려면 마이크로 스프트(이하 MS)의 통합 게임 패스 아이디가 필요하다. 그러나 엠에스(MS)에게 인수되기 전 버전인 자바 에디션의 경우 모장 스튜디오가 관리하는 모장 아이디로도 로그인이 가능했다. 모장 아이디는 보안에 취약하고 실제 해킹 사례도 빈번하게 있어왔기에 엠에스(MS)는 몇 년 전부터 자바 에디션의 모장 아이디를 엠에스(MS) 아이디로 이전하라고 공지하며 계도기간을 가졌고, 드디어 모장 아이디의 로그인을 막아버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뭐라 그랬지? 우리나라에서 엠에스(MS)의 게임 패스 가입은 19세 이상만 가능하다. 자, 이렇게 해서 공식적으로 ‘마인크래프트’는 대한민국에서 성인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기사를 토론한 미국 커뮤니티 레딕Reddit에서는 다음과 같은 댓글이 가장 추천을 많이 받았다.

‘사우스라고? 노쓰를 잘못 쓴 거 아냐? 김정은이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법인데.’

‘왜 한국은 가정에서 해결해야할 문제를 사회 문제로 끌고 오는 거야?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니야.’

이 와중에 중국에서는 한 건 더 터졌다.

중국 ‘텐센트Tencent’사가 미성년자의 심야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기 위해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할 예정이라는 기즈모도Gizmodo의 기사. ‘China's Tencent Says It'll Use Face Recognition to Keep Minors From Gaming at Night’ (Tom McKay)

여기에 대한 레딧 반응은 다음과 같다.

‘‘블랙미러Black Mirror’ (2011 ~ , 찰리 브루커Charlie Brooker, 5시즌 22에피소드)의 새 시즌이 안 나오는 게 다 이유가 있었구만.’

‘왜 중국과 한국은 모든 문제가 미성년자가 게임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안 그래도 복잡하게 돌아가는 상황, 말 한 마디를 더 얹을 기분은 아니다. 그러나 질문하고 싶다. 아이들을 위한다면서 아이들을 억압하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은 잘만 만드는데,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한 법은 왜 안 만드는 건가? 아이들이 죽어가고, 굶주리고, 폭력과 학대에 노출될 때 법은 어디에 있었나? 그리고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만들었다는 저 법이 진짜 아이들을 보호하고 행복하게 해주었는지 스스로 질문해본 적은 있는가? 아니 정말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과 안전에 관심은 있으신 건가?

‘볼링 포 컬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 (2000,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2시간)에서 미국의 으르신들도 컬럼바인 총기 난사의 원인을 게임 ‘둠Doom’ (1993, 이드 소프트웨어ID Software, 존 카맥John Carmack, 존 로메로John Romero)과 록가수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에게 돌린다. 마이클 무어는 직접 마릴린 맨슨을 찾아가 인터뷰한다. ‘컬럼바인 총기 사태에 대해 이야기할 거 없으신가요?’ 한참을 생각하던 마릴린 맨슨은 입을 연다. ‘아니요. 하지만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누군가는 이야기를 들어줘야죠.’

여가부 장관님. 아이들의 이야기는 들어보셨나요? 셧다운제 밀어붙이니까 아이들의 인생이 더 나아졌나요? 마이크로 스프트의 정책 때문이지 여가부는 책임 없다고 하셨죠? 그럼 중국에서 구글Google, 마이크로 소프트, 밸브Valve, 디스코드Discord가 다 철수한 것도 각 회사의 정책 때문이지 중국 공산당의 책임은 아닌 거죠? 단편 ‘쏘우Saw’ (2003, 제임스 완James Wan, 9분)의 마지막 장면, 살인 게임에 말려들어 살아있는 상대의 배를 갈라 열쇠를 꺼내 자신의 목숨을 살린 인물에게 경찰이 질문한다. ‘그래서 당신 인생이 더 나아졌나요?’ 김재경 의원님, 최영희 의원님외 국회 의원님들, 백희영 장관님, 진선미 장관님, 정영애 장관님, 아이들 배 갈라 열쇠 꺼내서 목숨 유지하시니 당신들 인생이 더 나아지셨나요?

p.s. 만일 19세 미만의 당신 자녀가 이 글을 다 읽었다면 당신은 책임을 어디 물으실 건가요? 미성년자 인터넷 칼럼 열람 금지법을 발의해보시는 건 어떠세요? 아, 그리고 제 주변에 야구에 빠져서 건강을 해치는 아이들도 많던데 미성년자들은 6회말 이후로 야구를 볼 수 없게 야구 셧다운제도 만들어주시고, 손흥민 경기 본다고 밤에 잠 안 자던데, 해외축구 금지 법안도 만들어주세요. 아님 프리미어리그를 우리나라 기준 오후 시간에 경기하도록 요구해보시던가요. 프리미어리그가 그 요구 안 들어줘서 우리나라 아이들이 손흥민 경기 못 봐도 그것도 우리나라 여가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프리미어리그 정책 때문이지, 여가부 때문은 아닌 거죠?

(이미지출처=‘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관리위원회), ‘Minecraft’ (Mojang Studios, Xbox Game Studi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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