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권 교수의 의학수다]

명승권 승인 2020.12.10 11:40 | 최종 수정 2020.12.10 17:49 의견 0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2020년 12월 4일 전세계 일일 확진자수는 69만7932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12월 8일까지 57만 명대로 다소 줄었지만 확산세는 아직 꺾이지 않은 상황이다. 12월 9일 오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수는 총 6천 8백만여 명으로 이중 156만여 명이 사망해 치명률은 2.28%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확진자 3만8755명 중 552명이 사망해 1.42%의 치명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의학적으로 감염병의 치명률은 확진자 치명률(case fatality rate) 뿐만 아니라 감염자 치명률(infection fatality rate)도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사망률(mortality rate)은 일정 기간 인구 당 몇 명이 사망하는지를 나타내는 반면, 치명률(fatality rate, 치사율이라고도 함)은 해당 질병을 가진 사람 중 몇 명이 사망하는지를 나타낸다. 언론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사람들 중에 얼마나 사망했는지 나타내는 용어로 사망률과 치명률(혹은 치사율)을 혼용해 사용하고 있지만, 치명률이 올바른 용어다.

코로나19에 감염이 되면 80%는 무증상 혹은 경증이며, 15% 내외는 중증, 5% 정도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을 정도로 심각하거나 사망에 이른다.

즉, 연구결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다 하더라도 증상이 없는 사람들이 대략 30% 내외고, 감기와 비슷한 가벼운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현재 보고되고 있는 확진자수보다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것이라고 추측이 가능하고, 분모가 커지기 때문에 감염자 치명률은 확진자 치명률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현재 기준으로 약 2.3%의 확진자 치명률보다는 낮은 0.5-1%의 감염자 치명률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코로나19에 이미 감염된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확진을 받지는 않았지만 지역사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감염이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역사회 인구집단에서 표본을 추출해 혈액검사를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항체검사를 하면 추정이 가능하다. 코로나19를 앓게 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몸에 생성되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의학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발표된 스위스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766명의 지역사회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검사를 시행한 결과, 4월 첫 주에 혈청 유병률(코로나19 항체 양성률)이 4.8%에서 5월 첫주에 10.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11.6명의 감염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앞서 7월에 미국의학협회지 내과학 저널(JAMA Internal Medicine)에 미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1만 6천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항체검사를 시행한 결과 지역에 따라 1%에서 6.9%까지의 항체 양성률을 보였고, 보고된 확진자수보다 6~24배까지 많은 수의 감염자가 추정되었고 7개 지역에서는 감염자수는 보고된 확진자수보다 10배 이상 많았다.

11월에 역시 미국의학협회지 내과학 저널에 발표된 미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미국 내 모든 50개주를 대상으로 17만여 명의 표본에 대해 코로나19 항체검사를 시행한 결과, 7월말부터 11월말까지 4번의 조사기간 동안 혈청 유병률은 1% 미만부터 23%까지 분포했고, 모든 조사기간에 걸쳐 충분한 검체를 확보한 42개 지역만을 종합했을 때 10% 미만의 항체 양성률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스위스와 미국의 연구결과에 근거해 코로나19 확진자수의 약 10배 정도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것으로 간주한다면, 전 세계적으로는 약 7억명, 우리나라에서는 약 40만명이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항체검사를 통한 혈청 유병률이 10% 내외인데, 이를 보더라도 현재까지 전체 인구수의 약 10% 정도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첨언하자면, 감염병의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춰지는 집단면역 상태가 되려면 코로나19 항체 양성률이 60-70% 이상은 되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 때문에, 백신접종을 통해 항체 양성률을 높이는 것이 코로나19 대유행의 종식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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